[연구] 생명체 ‘내부 상태’에서 자율형 AI의 미래 찾는다
- 뇌과학ㆍ뇌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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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9-08
굶주린 초파리는 먹이 냄새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익숙한 먹이터를 집중적으로 찾는다. 반면 배가 부른 초파리는 더 넓은 범위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장소를 탐색한다.
생명체는 이처럼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행동을 바꾼다. 배고픈지, 목마른지, 다쳤는지에 따라 어떤 감각에 집중할지, 무엇을 기억할지, 새로운 환경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탐색할지가 달라진다.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생명체의 원리를 인공지능(AI)에 적용해 스스로 자신의 내부 상태를 바탕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새로운 형태의 AI 개념을 제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장석복)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우충완 부연구단장(성균관대 뇌과학ㆍ뇌공학 및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부교수), 홍석준 교수(성균관대 뇌과학ㆍ뇌공학과 및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부교수)와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칼 프리스턴(Karl J. Friston) 교수 공동연구팀은 생명체가 자신의 내부 상태를 바탕으로 행동을 결정하는 원리를 수학적으로 추상화해 인공지능에 적용하는 새로운 이론적 틀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이를 검증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3차원 가상 생존 환경도 함께 개발했다.
최근 AI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자율성과 적응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한계를 보인다. 기존 AI는 환경이나 조건이 크게 달라지면 새로운 학습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로봇 역시 상당수가 사람이 미리 정한 조건과 규칙에 따라 행동한다.
하지만 생명체는 다르다. 생명체는 배고픔과 갈증, 체온 변화, 신체 손상 등 자신의 내부 상태를 끊임없이 감지하면서 행동을 바꾼다. 단순히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몸이 어떤 상태인가’를 행동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기존 AI의 한계로 지적돼 온 자율성과 적응성을 높이기 위해, 생명체가 이미 갖추고 있는 이러한 원리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자신의 내부 상태를 보편적이고 가치 있는 행동의 맥락(universal and valuable context)으로 활용하는 인공지능을 ‘내수용감각 인공지능(interoceptive AI)’이라고 명명했다.
내수용감각(interoception)이란 배고픔, 갈증, 심장 박동, 체온, 통증처럼 몸 안에서 일어나는 상태를 감지하는 능력을 말한다. 연구팀은 사이버네틱스, 비평형 물리학, 능동 추론active inference) 등 생명체가 스스로를 유지하는 원리를 다루는 다양한 이론과 내수용감각에 관한 신경과학 연구를 통합해 새로운 AI의 이론적 틀을 제시했다.
또한 이를 실제로 탐구할 수 있도록 3차원 가상 생존 환경을 구축했다. 가상 환경 속 AI는 먹이와 물을 확보하고 포식자에 대응해야 한다. 동시에 포만감과 수분, 체온, 신체 손상 정도 등 자신의 내부 상태를 정상 범위로 유지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AI가 단순히 미리 입력된 규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부 상태에 따라 언제 행동할지, 무엇을 할지, 어떤 방식으로 행동할지를 결정하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몸이 심하게 손상됐다면 위험한 행동을 줄이고 주변 환경을 더욱 주의 깊게 살필 수 있다. 특정 장소에서 충돌하거나 손상을 입었다면 다음에는 그곳을 피해서 이동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앞으로 피지컬 AI(Physical AI) 분야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장에서 작동하는 로봇은 시간이 지나면서 접합부가 닳거나 모터가 과열되고, 외부 충격으로 일부 부품이 손상될 수 있다. 미래의 자율형 로봇은 이러한 이상을 단순히 감지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어디가 손상됐는가’를 바탕으로 앞으로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무엇을 새롭게 학습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한 번 부딪힌 곳을 다음에는 피해 돌아가거나, 손상된 부위에 힘을 덜 가하고, 몸 상태가 나빠졌을 때 주변 환경을 더욱 주의 깊게 탐색하는 것이 그 예다.
제1저자인 이성우 학생연구원은 “내부 상태를 단순히 할 신호가 아니라 판단의 맥락으로 본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며 “앞으로 몸의 손상이 에이전트의 주의와 계획을 어떻게감시해야 바꾸는지 연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우충완 부연구단장은 “생명체에게 내부 환경과 이를 조절하는 능력은 지능적인 행동을 만들어내는 매우 핵심적인 요소”라며 “이번 연구는 생명 지능의 원리를 AI가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시함으로써 자율성과 적응성을 갖춘 미래 AI 연구의 출발점을 마련했다”고 연구 의의를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자율형 AI의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한 성과로 국제학술지 ‘Nature Machine Intelligence’에 Perspective 논문으로 8월 26일 온라인 게재됐다.
또한 연구팀이 개발한 3차원 가상 생존 환경은 인공지능 분야의 대표적인 국제학회인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NeurIPS)에 채택돼 지난해 논문으로 발표된 바 있다.
출처: http://www.nobelscience.net/news/articleView.html?idxno=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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