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뇌 신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읽었다”... 인간 뇌 ‘정보 흐름 지도’ 최초 복원
- 뇌과학뇌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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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9-08
![]() ▲ 통합 유효연결성(iEC)을 통해 도출한 인간 대뇌피질의 기능적 위계 지도 / (a) 위계 수준 추정 모식도: 하위 계층에서 상위 계층으로 향하는 양(+)의 상향식 신호와 그 반대인 음(-)의 하향식 신호 흐름을 바탕으로, 뇌 영역 간의 계층적 위계를 수학적으로 규정하는 과정입니다. (b) 신호 흐름 기반 전뇌 위계 지도: 도출된 수학적 모델을 본 연구에서 선도적으로 개발한 '통합 유효연결성(iEC)' 프레임워크에 적용하여, 살아있는 인간 대뇌피질 전체의 방향성 신호 흐름을 지도로 시각화한 결과입니다. (c) 메슐람(Mesulam) 대뇌피질 계층 구조와의 비교: 1990년대 신경해부학자 메슐람이 다양한 신경생물학적 자료를 종합해 제안한 신경과학계의 고전적 대뇌 계층 구조 모델과 본 연구의 데이터 기반 지도가 매우 높은 지형적 유사성을 띰을 보여줍니다. (d) 계층 구역에 따른 신호 흐름의 특이성: 하위 계층(일차 감각 영역 등)에서는 주로 양(+)적인 신호가 상향 방출되는 반면, 상위 계층(부변연계 등)으로 갈수록 다른 뇌 영역을 제어하는 음(-)의 신호가 점진적으로 하향 방출되는 뇌 네트워크의 핵심 특성을 입증합니다. © 특허뉴스 |
인간의 뇌에서 정보는 어디에서 출발해 어디로 흘러가는가. 국내 연구진이 살아있는 사람의 뇌에서 신호가 이동하는 ‘방향’을 비침습적으로 추적해 대뇌피질 전체의 정보 흐름 지도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뇌 영상 연구가 서로 다른 뇌 영역이 얼마나 함께 활성화되는지를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연구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어느 영역이 신호를 보내고 어느 영역이 받아들이는지를 규명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연구재단은 성균관대학교 뇌과학뇌공학과 및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IBS 뇌과학이미징연구단) 홍석준·우충완 교수 공동 연구팀이 서로 다른 유효연결성(Effective Connectivity) 알고리즘을 결합하는 새로운 방법론인 ‘통합 유효연결성(iEC)’ 기술을 개발하고 인간 대뇌피질 전반의 방향성 신호 흐름 위계와 역동성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9월 1일 온라인 게재됐다.
뇌의 ‘연결’ 넘어 ‘신호 방향’까지 추적
인간의 뇌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감각정보를 상위 영역으로 전달하는 ‘상향식’ 신호와 과거의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예측정보를 다시 하위 영역으로 보내는 ‘하향식’ 신호가 끊임없이 교차하는 복잡한 위계구조를 갖는다.
그러나 기존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연구는 주로 두 뇌 영역이 동시에 활성화되는 패턴을 분석하는 ‘기능적 연결성’에 의존했다.
어떤 뇌 영역들이 서로 연결돼 있는지는 파악할 수 있었지만, 신호가 A에서 B로 가는지, B에서 A로 가는지 그 방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신호의 방향과 인과적 영향을 추론하는 유효연결성 분석법도 존재했지만 각각의 수학적 가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한계를 서로 다른 분석기법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돌파했다.
9개 알고리즘 장점만 모았다... ‘iEC’ 개발
연구팀은 베이지안 최적화(Bayesian Optimization)를 활용해 기존 유효연결성 알고리즘 9종의 장점을 결합한 통합 유효연결성(iEC) 기술을 개발했다.
특정 알고리즘 하나에 의존하는 대신 여러 분석방법 가운데 데이터에 적합한 장점을 효과적으로 조합해 신호 방향 추론의 정확도를 끌어올린 것이다.
연구팀은 원숭이의 실제 신경 데이터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성능을 검증했으며, iEC가 기존 최고 성능의 단일 알고리즘보다 높은 정확도를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더 중요한 결과는 이 기술을 사람의 뇌 영상 빅데이터에 적용하면서 나왔다.
연구팀은 대뇌피질 전체에서 신호가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신호 흐름 지도’를 최초로 복원했다.
인간 뇌에도 ‘정보 피라미드’ 있었다
분석 결과 인간 대뇌피질의 정보 흐름에는 뚜렷한 위계가 존재했다.
시각·청각 등 감각을 처리하는 영역이 가장 아래, 여러 종류의 복잡한 정보를 통합하는 영역이 중간층, 신체 내부 상태와 감정 등을 조절하는 부변연계 영역이 가장 높은 층에 위치하는 피라미드 형태의 신호 흐름이 확인됐다.
이는 인간의 뇌가 단순히 수많은 영역이 복잡하게 연결된 네트워크가 아니라, 정보의 종류와 처리 단계에 따라 일정한 방향성을 갖는 정교한 계층적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연구는 이러한 위계가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뇌가 처한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달라지는 역동적인 구조라는 사실까지 밝혀냈다.
영화 볼 때는 ‘평탄’, 만성통증에서는 ‘가파르게’
연구팀이 서로 다른 뇌 상태를 분석한 결과 정보 흐름의 위계는 상황에 따라 눈에 띄게 변했다.
영화를 감상할 때는 시각과 청각 등 외부에서 들어오는 감각신호의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뇌의 위계구조가 상대적으로 평탄해졌다.
반면 만성통증 상태에서는 신체 내부 상태와 감정 등에 관여하는 부변연계 영역의 하향식 통제력이 강해지면서 정보 흐름의 위계가 더욱 가팔라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같은 사람의 뇌라도 정상적인 정보처리 과정과 특정 질환·상태에서 신호의 흐름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조현병·우울증·만성통증... ‘신호 흐름 왜곡’이 새 바이오마커 될까
이번 연구가 주목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뇌 질환 진단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현재 많은 뇌 영상 연구가 특정 영역의 구조적 변화나 영역 간 연결성 차이를 질환의 특징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iEC를 활용하면 앞으로는 뇌 신호가 정상적인 방향과 위계를 따라 흐르고 있는지, 어느 지점에서 흐름이 왜곡되는지까지 분석할 수 있게 된다.
홍석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살아있는 사람의 뇌에서 근본적인 정보 처리 방식을 직접 확인하는 길을 연 것”이라며 “신호 흐름 왜곡이라는 지표를 통해 조현병, 우울증, 만성 통증 등 뇌 질환의 진단과 맞춤형 치료법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히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오픈소스로 공개돼 전 세계 뇌 영상 빅데이터에 적용할 수 있다. 향후 다양한 국가와 연구기관의 대규모 뇌 영상 데이터에 iEC가 적용될 경우 질환별 신호 흐름의 차이를 비교하고 새로운 뇌 질환 바이오마커를 발굴하는 연구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뇌의 어느 영역과 어느 영역이 연결돼 있는지를 보는 시대에서 이제는 ‘정보가 어디에서 출발해 어디로 흘러가고, 그 흐름이 질환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읽는 시대로 뇌 영상 연구가 진화하고 있다.
인간 뇌의 ‘정보 고속도로’를 지도처럼 그려낸 이번 연구가 조현병과 우울증, 만성통증 등 복잡한 뇌 질환을 진단하고 개인별 치료전략을 설계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논문명은 State-dependent signal flow hierarchy in the human cerebral cortex이다.
출처: https://m.e-patentnews.com/15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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